식기세척기와 아내
언젠가부터 가족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남편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하고
그러다 올해도 별로 좋은일이 없어 영 분위기가 별로였고
내가 나도 모르게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눈치를 보며
휴가때는 어디 놀러 가자는 소리는 못하고
집애서 둘째를 보고 첫째 치과를 데리고 가고
(거의 둘째와는 티비보고 첫째와는 내 치과진료를 가야하니 어쩔 수 없이)
그러다 저녁을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하개됐고
지금은 빨래를 제대로 못 걸어놔서 혼날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
냉장고 속의 검은 봉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오늘은 이걸 해먹야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요즘 휴가가 많아서
아침에 눈을 뜨면 뭐 해먹이지? 저녁은 뭘하지? 라는
생각이 많아졌고
즐거웠다. 잠깐 그러다
문득 설겆이하면 짜증내는 아내에게 미안했고
내가 그동안 정말 안도와주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아니 안도와준개 아니라 내가할일을 안하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냉장고가 짜증날 정도로 노후되서
전차 지나가는 소리가 나고 채소가 얼기 시작해서
드디어 냉장고를 사기로...
그리고 식기세척기와 냉장고를 결재했다
뭐 다들 그러니까
그런데 식기세척기 이건 새로운 세상이다
정말 이걸 왜 지금 삿을까 후회가 될정도로
만족스러웠고
설겆이로 인한 허리통증 해소, 배에 묻은 설겆이물도 없고, 바닥에 튄 하얀거품도 없고, 기름기도 없고
인류가 발명한 제일 좋은 물건인 것 같다
아내와 나에게 산챡할 시간을 준 너에게 감사한다
기술의 발전을 알지 못하는 인간은 불편함도
모르고 살아야하는 세상이다
편안함을 주는 전자제품으로 인간의 삶이 더 생산적이 될 수 있다 아마 더한 세상이 오겠지
하여튼 요즘 가정주부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으로
즐거웠다